미국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평소 정신건강의 질병 모델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1996년 미국심리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후 심리학계에 새로운 생동감과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신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심리학자는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질병 모델에 기반한 예방 방법이 주류를 이루었고 정신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애를 유발하는 부정적인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셀리그먼은 질병 모델이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젊은 심리학자들의 관심 및 흥미를 끌기에는 너무 진부한 관점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던 셀리그먼은 딸 니키를 통한 우연한 경험으로 인해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당시 다섯살이었던 어린 딸이 자신을 스스로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며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셀리그먼은 심리학 자체가 인간의 긍정적 변화와 성장을 도모하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바로 다음 날 셀리그먼은 몰입의 연구자로 잘 알려진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에게 연락하여 심리학의 새로운 분야를 열기 위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여기에는 전임 미국심리학회장을 비롯하여 몇몇 학자들이 참석하였고 며칠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심리학의 지난날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하여 깊이 있게 논의가 진행되었다. 바로 여기에서 긍정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태동하게 된 것이다. 이후 셀리그먼은 1998년에 미국심리학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그동안 심리학자들이 망각하고 있던 사명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심리학의 새로운 입장과 방향을 동시에 제시하였다. 심리학은 인간의 약점과 장애에 대한 학문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강점과 덕성에 대한 학문이기도 해야 한다며 진정한 치료는 손상된 것을 고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안에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와 동시에 이러한 관점의 심리학을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 이라고 명명하였다. 또한 그는 긍정 심리학은 인간의 강점과 재능을 함양하면서 행복을 증진시키는 심리학의 중요한 사명을 재확인하고 구현하려는 노력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셀리그먼의 주장은 인간의 행복 및 강점에 대한 연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이와 같은 연유로 긍정 심리학은 1998년 셀리그먼에 의하여 창시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는데, 긍정 심리학의 태동에 기여한 연구자로는 몰입의 연구자인 미하일 칙센트미하이를 비롯하여 주관적 안녕 연구의 선구자인 에드 디너(Ed Diener), 성격적 강점과 덕성의 연구자인 크리스토퍼 피터슨(Christopher Peterson) 등 많은 심리학자들이 있다.
*긍정 심리학을 착안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던 셀리그먼이 겪은 딸 니키와의 우연한 경험은 다음과 같다. (이하의 경험은 셀리그먼의 입장에서 서술되었음.)
나는 다섯살이 갓 지난 딸 니키와 함께 정원에서 잔디를 깎고 있었다. 나는 아동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는 점을 먼저 고백하겠다. 그때 나는 시간에 쫓기고 있었으며 잔디를 깎는 일에 목표지향적으로 완전히 집착하고 있었다. 그런데 니키는 깎아놓은 잔디를 위로 던져가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니키에게 하지 말라고 냅다 소리를 질렀고, 니키는 나를 보고 저만치 가다가 돌아서서 이렇게 말했다. "아빠, 말할 게 있어요." "그래, 말해 보거라." "아빠, 다섯 살이 되던 생일날 이전에 내가 어땠는지 아세요? 세 살부터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나는 울보였어요. 나는 매일 징징거리고 울곤 했죠. 하지만 다섯 살이 되면서 나는 더 이상 울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이런 내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어요. 하지만 나는 결국 해냈어요. 나도 징징거리며 우는 것을 그만둘 수 있으니까, 아빠도 심술부리는 것을 그만둘 수 있을 거예요." 나는 그때 충격을 받았으며 자녀를 키우는 일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나의 직업에 관하여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먼저, 자녀 양육에서 중요한 것은 니키의 우는 행동 즉 부정적인 행동을 못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자녀 양육에서 중요한 점은 니키가 지니고 있는 강점을 찾아내 키워주는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가진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 미래에 겪게 될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니키의 지적은 옳았다. 나는 불평꾼이었고 귀여운 자녀들 속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불평만을 일삼았던 것이다. 나는 니키가 했던 것처럼 나 자신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니키가 말했던 것처럼 내가 평생 해왔던 어떤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니키와의 경험은 심리학자라는 나의 직업적 관점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태까지의 심리학이 반만 구워진 빵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의 심리학은 정신장애의 연구와 치료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었지만 이외의 다양한 영역에서는 특별한 진전을 이룬 것이 없었다. 나는 니키와의 경험을 통하여 심리학은 질병, 약점, 결함의 학문일 뿐만 아니라 행복, 강점, 덕성에 대한 학문이기도 해야 한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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